[ 최원길 ]

지난해 연말 5년간 거실을 차지하고 있던 AR90 스피커를 내보내고 독일 Isophon 유닛으로 구성된 자작스피커를 들여 놓게 되었습니다. 스피커 내부 배선이 심란하게 되어 있어서 걷어낼 것 걷어내고 이리저리 정리한 후 스피커 감도가 높다했지만 조심스레 대출력 앰프를 연결해보니 별 탈 없이 소리는 났었고요. 오디오용 파워 IC를 이용한 소출력 앰프를 연결하니 좀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물론 제귀에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 다음은 남들처럼 오래된 고감도 스피커에는 낮은 출력의 싱글앰프가 좋다라는 얘기를 받아들일 심산으로 물건을 찾다 결국은 내손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처음 만든 것이 PCL86 초삼결(Super-Triode Connection) 앰프이고 두 번째로 만든 앰프가 1626 싱글앰프입니다. 소출력 송신용 3극관이라는데요... 소리가 이쁘다고들 하시는데.. 어떤게 이쁜 소리인지 확인을 하게될 지 자신은 없습니다. 

앰프제작을 위해 우선 진공관을 구했습니다. 해외나 국내나 별 차이가 없어서 국내에서 몇알을 구해두었습니다. 1943년산이군요. 종이 케이스도 43년이라니 대단하지요...

히터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겸 서서히 전압을 올리면서 예열작업을 하였습니다. 일단 모든 진공관이 히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격전압을 걸었을 때 0.22A 정도가 흐르는군요. 일반적인 프리앰프용 MT관보다도 적은 전류가 흐르네요.. 그에 따라 발열문제도 없을 듯 합니다.

케이스는 국내 S금속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캐나다산 다이캐스팅 소형케이스를 이용하였습니다.

PCL86 초삼결에 비해 초단관이 하나 추가되어서 내부가 좀 더 복잡해질 것도 같았는데요..

결국은 이것저것 구겨넣는 작업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지요.  

샤시의 가공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진공관 소켓도 장착하고 뒤쪽의 단자들과 볼륨 및 전원스위치도 부착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회전식 전원 스위치를 사용하였습니다.

전면에는 볼륨과 전원스위치를 양쪽으로 벌려 설치하고 입력선택 스위치는 뒤쪽의 입력 RCA 단자 사이에 위치시켰습니다. 입력신호를 증폭부로 전달하는 쉴드선은 입력선택 스위치에서 볼륨까지 한가닥만 깔면되니 납땜의 부담이 조금 줄었습니다.

출력트랜스, 쵸크트랜스, 전원트랜스 순으로 장착하고 트랜스 및 소켓 고정용 나사들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러그판들을 고정시킨 후 납땜에 들어갑니다.

입력 RCA단자쪽 배선부터 시작해서 전원트랜스 관련 배선, 전원 입력 스위치 배선을 끝내고.. 출력트랜스의 1, 2차 리드선들을 간결하게 잘라서 연결할 준비를 해놓고 나면 샤시 내부의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고전압쪽의 정류 및 평활부 회로, B+ 전압 공급부, 히터 배선 완료후 증폭부 배선을 하여 완료시켰습니다.  

심심해서 “Tube”라는 글자 모양으로 바람구멍을 뚫었는데 구멍사이로 불빛이 좀 보일 수 있도록 내부에 대형 황색 LED도 달았습니다.

B전압을 공급할 고압전원부는 간편하게 고속회복다이오드 2개를 이용했고요. 평활콘덴서, 전압강하용 저항 등을 부착하였고 전압을 조정할 수 있도록 2단계의 전압강하용 저항은 탈부착이 쉬운 곳에 위치시켰습니다.

그 다음은 초단관쪽의 부품과 배선을 하였습니다. 사실 증폭부쪽의 부품이라는 것은 캐쏘드쪽 저항과 바이패스 콘덴서를 제외하면 커플링콘덴서 밖에 없는 셈이지요.. 그래도 이리저리 연결하는 것들이 의외로 손이 많이 가서 시간이 제법 소요되는군요..

회사일 끝나고 남아서 조금씩 하다보니 제법 여러 날이 갔습니다. 조금씩하고 다시 돌아보고 정리하고 뭐.. 그런 식이지요.. 결국은 더 이상 끌면 안되겠다는 조바심에 그냥 덮는 수준으로 마무리를 짓곤 하는데요..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략 예상한대로 작업은 이루어진 것 같고요. 부품들도 얼추 자리를 찾아간 것 같습니다.

일단 불빛이 기존의 사용하던 PCL86 싱글보다는 이쁜 편이고요.. 진공관의 모양새도 보다 고전적인 것이 그럴싸 합니다.

소리도 잡음없이 만족스럽게 나옵니다. 집의 스피커가 고음쪽이 부족한 편이라 소리의 윤곽이 서지는 않습니다만 매끄럽고 이쁜 소리로 느껴집니다. 저음도 부족하지 않고요..

돌이켜보면 작은 샤시내에다 작업하는 것이 별로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그마한 물건이 뭔가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쁜 소리라고들 하시는데 귀가 대강대강이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비쥬얼은 괜찮아 보입니다. 열이 많이 나지 않아 여름철에 사용해도 별 부담이 없고요.. 당연히 전력 소모량도 적어서 기후변화 대응용 앰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앰프도 제작한 지 여러 달이 되었지만 게시판이 너무 썰렁한 것 같아 제작기를 올려보았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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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RAD의 1626입니다. 1943년산 종이박스는 약간 낡았지만 진공관은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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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 불빛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이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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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시에 대부분의 구멍이 뚫렸고 전면과 측면의 바람구멍만 남은 상태입니다. 소켓을 올려보았습니다. 왼쪽의 큰 소켓은 8핀 록탈, 오른쪽은 일반 8핀용 소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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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 단자 사이에 입력선택스위치를 설치하다보니 RCA 단자 사이가 너무 벌어져 스피커 출력단자와 좀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큰 문제는 없겠지만 굵고 뻣뻣한 선재라면 약간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게 그런 선재는 없으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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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트랜스와 쵸크 트랜스를 먼저 고정하였습니다. 출력트랜스를 약간 틀어서 고정시킨 이유는 출력트랜스 고정 나사를 이용하여 어스 모선 고정 및 출력트랜스의 2차선들을 연결할 9핀 러그판을 고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러그판을 고정시킬 만한 곳에 러그판들을 배치해 놓으면 나중에 쓸모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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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트랜스까지 고정하고 선들을 빼놓으면 샤시 내부가 이처럼 엉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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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배선의 첫단계로 입력선택 스위치와 볼륨사이의 쉴드선이 연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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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날 수 있는 상태까지 배선이 완료되어 옆으로 세워 놓고 시험작동을 시켜봅니다. 소리도 내보고요.. 잘 작동합니다. 전압이 좀 문제군요.. 출력관에 예상한 것 보다 약간 높은 전압이 걸려서 좀더 낮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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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관에 걸리는 전압을 낮추기 위해 저항값을 높이고 나니 초단관쪽의 전압도 자연스레 예상치에 맞아 떨어지네요. 추가적인 작업을 생략해도 되겠습니다. 약간의 험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B전압 최종단에 평활콘덴서 하나씩 나누어 붙이니 사라졌습니다. 이 때도 약간 굵은 단선으로 연결하여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출력단 캐쏘드 바이패스 콘덴서도 붙였습니다. 터어키의 판매상으로부터 구입한 BC사 제품입니다. Low ESR 콘덴서라는데 성능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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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여 놓고 본격적으로 작동을 시켜 보았습니다. 출력이 낮은 편이니 볼륨은 좀 더 높여야 했습니다. 집 식구도 크게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군요.. 1943년산 진공관이라하니 놀라워 합니다. 진공관 종이박스도 그 때 것이라하니 더욱 놀라워합니다. 그래도 호감을 보이는 단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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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4P1L 싱글에 밀려서 쉬다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전기 맛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끼워져 있는 진공관은 Tung-sol사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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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모습니다. 진공관의 모양새는 1626쪽이 고전적인 것이 맘에 드네요.. 생각보다 크기도 작아서 부담스럽지 않고요..





[ 송기환 ] 2015.07.16 13:37:55
멋진 작품입니다^^ 전면부 글자도 직접 타공한 듯 한데 줄을 잘 맞추셨네요~~ 예쁜 불빛이 새어나오겠어요!!
노브도 일부러 세월의 흔적을 연출하신 듯 하고, 케이스도 일부러 도색을 안하신 듯한데...
케이스는 색좀 입혀주고 싶어 지네요^^
[ 최원길 ] 2015.07.16 14:29:53
전면 바람구멍은 VISIO로 글자모양을 그린 후 드릴로 직접 뚫어서 약간씩 밀려 뚫리고 그랬습니다. 불빛이 생각처럼 이쁘게 새어나오지는 않습니다. LED를 두어개 정도 더 달을 걸 그랬나 봅니다. 불빛도 너무 밝지 않게 설정해 놓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노브는 버려지는 장비에서 떼어 놓은 것을 그냥 사용한 것이라서요.. 태어난 지 30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고요.. 도색은 자신이 없어서 안했습니다. 스프레이로 뿌려서는 쉬 벗겨져서 내구성이 없는 것 같고요.. 그냥 원색으로도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두었습니다.
[ 양경화 ] 2015.07.16 15:01:54
진정한 자작인 이십니다. 샤시까지 만들고 구멍뚫고 해야 ~~
프리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여름이 지나야 인두 들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 최원길 ] 2015.07.16 15:52:24
여름에는 쉬셔야지요..^^
[ 다이매니아 ] 2015.07.16 17:04:44
멋진 자작기 감사드립니다~
짬짬히 시간을 내어 작업했다고 하셨지만, 한땀 한땀 제작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급기야 완성된 클래식한 1626의 자태가 너무나 우아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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